사람들은 흔히 마포 셔츠룸을 방문할 때 그저 시간이 나면 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참으로 안일한 접근법이다. 이곳의 분위기는 시계 바늘이 가리키는 숫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생태계를 형성한다. 이른 저녁의 공기는 아직 서늘하고 긴장감이 서려 있으며, 늦은 밤의 공기는 습도와 농도가 전혀 다르다. 나는 이 공간의 시간적 변주를 분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여유를 즐기는 첫걸음이라고 믿는다. 효율만 따지느라 정작 중요한 감각의 차이를 놓치는 사람들을 보면 묘한 피로감이 밀려온다.
해 질 녘 직후, 그러니까 대략 저녁 여덟 시를 전후해서 도착하는 시간대가 있다. 이때는 아직 세상의 소음이 완전히 잦아들지 않은 상태라, 공간에 들어섰을 때의 그 낯선 괴리감이 꽤나 매력적이다. 차가운 거리의 바람을 뒤로하고 들어선 마포 셔츠룸의 조명은 일몰의 잔영을 닮아 있다. 너무 밝지도, 그렇다고 칠흑 같은 어둠도 아닌 그 미묘한 중간 지점. 이 시간대의 장점은 대화가 깊어지기 전의 담백함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아직 덜 붐비는 틈을 타 나만의 아늑한 구석을 점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조금 안도하게 만든다.
반면 자정을 넘기는 시간대의 마포 셔츠룸은 완전히 다른 짐승처럼 변모한다. 이때부터는 공간 자체가 가진 밀도가 최고조에 달한다. 새벽의 정적이 섞여 들어오면서 모든 감각이 평소보다 예민하게 반응한다. 어쩌면 그 시간이 가진 일탈적인 기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고요하고 정제된 분위기를 선호하지만, 때때로 늦은 밤 마포가 주는 그 끈적하고도 묘한 활기는 꽤나 자극적이다. 사람들이 술기운에 취해 털어놓는 말들이 공중에 떠다니는 걸 관찰하는 일은, 방구석 데이터 분석과는 또 다른 형태의 쾌락을 준다.
결국 시간대를 선택한다는 건 어떤 온도를 선호하느냐의 문제다. 나는 이른 저녁의 차분함을 사랑하지만, 어떤 날은 새벽의 비일상적인 온도에 몸을 던지고 싶기도 하다. 너무 일찍 가면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삭막함이 조금 서운하고, 너무 늦게 가면 이미 흘러넘치는 열기에 금세 지쳐버리고 만다. 결국 본인의 기분이 향하는 지점이 정답이다. 다만 확실한 건, 시계만 보고 허겁지겁 움직이기보다는 그 시간대가 가진 공기의 맛을 먼저 가늠해 보길 바란다. 그것이 내가 이 공간을 즐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고집스러운 방식이다. 굳이 누구의 조언을 듣기보다 자신의 내면이 언제 가장 편안하게 풀리는지를 고민해 보는 것이 가장 세련된 선택이 될 것이다.